동전을 굴리면 더 많이 굴러간다? – 동전 역설(Coin Paradox)
0. 들어가며
두 개의 똑같은 동전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닥에 가만히 두고, 다른 하나를 그 동전 주위에 미끄러짐 없이 착 붙여서 한 바퀴 굴려보세요. 자, 굴러간 동전은 스스로 몇 바퀴를 돌았을까요? 🤔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한 바퀴지!"라고 대답할 겁니다. 굴러간 거리가 고정된 동전의 둘레와 같으니까요. 하지만 정답은 놀랍게도 두 바퀴입니다.
이해가 안 가시나요? 직접 동전을 놓고 해보면 정말 두 바퀴를 도는 것을 보고 머리가 띵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동전을 굴렸을 때, 실제로는 반대편 동전이 더 많이 굴러간다?"
이 직관에 반하는 현상은 바로 Coin Paradox, Coin Rotation Paradox 또는 Rolling Coin Paradox. 즉, 동전 역설이라고 합니다.
수학적으로는 간단한 곡선의 길이 계산일 뿐이지만, 물리적 직관과의 차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실제로 1982년 미국 SAT math에서 이것을 이용한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SAT는 매년 약 200만명이 치르는 미국판 수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뭐 수능과 다른점은 sat는 1년에 여러번 봅니다)
1982년도 전체 16회 SAT시험 중 30만명이 본 5월 시험에서 출제가 되었었죠.
맞춘 사람은 단 3명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보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즉, 이 3명만 College Board에 이의제기를 신청했고, College Board는 문제를 무효화하고 결국 전체 재채점했다고 하네요..)
결국 문제를 냈던 사람조차도 틀렸다는건데.. 일단 문제를 한번 보시죠.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 A는 원 B 반지름의 1/3이다. 원 A가 원 B를 따라 한 바퀴를 돌아 원점으로 왔을 때 원 A는 몇바퀴 돌았는가?
출제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은 그냥 '원 B의 반지름보다 원 A가 1/3배 작으니까, 세번 돌았겠지?'하고 (B)를 골랐으나...
오늘은 이 신기한 역설을 직접 계산과 함께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상황 설정 – 두 동전의 만남
실험 설정:
반지름이 같은 두 개의 동전 A, B가 있다고 합시다.
동전 A는 정지해 있고, 동전 B는 동전 A의 외곽에 맞닿은 채로 한 바퀴를 굴러갑니다.
마찰이 충분해 미끄러짐 없이 굴러간다고 가정합니다.
질문:
동전 B가 한 바퀴 굴러가면, 몇 도 회전했을까요?
2. 직관의 오류 – "한 바퀴니까 360도?" ❌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동전 B가 동전 A의 바깥둘레를 따라 한 바퀴 돌았으니, 360도 회전했겠지!"
하지만 실제 실험을 해보면, 동전 B는 720도, 즉 두 바퀴를 돌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Coin Paradox입니다.
3. 왜 2바퀴가 되는가? – 시각적 직관
다음과 같은 비유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동전 B가 단순히 바닥을 따라 굴러간다면 1바퀴 회전합니다.
그러나 원형 경로를 따라 회전하면 자신의 회전 중심 또한 회전하게 되므로 추가적인 회전이 더해집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해서
1. 동전 자체의 중심을 기준으로 한 '자전(Rotation)'
이것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회전입니다. 굴러가는 동전은 고정된 동전의 둘레(2
pir)만큼의 거리를 이동합니다. 굴러가는 동전의 둘레도 똑같이 2
pir이므로, 이 거리만큼 굴러가면서 스스로의 중심에 대해 정확히 한 바퀴를 돕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2. 고정된 동전의 중심을 기준으로 한 '공전(Revolution)'
이것이 바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숨겨진 한 바퀴'입니다. 굴러가는 동전의 '중심점' 자체도 고정된 동전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입니다. 즉, 동전이 스스로 도는 것과 별개로, 동전 자체가 거대한 원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셈이죠.
이해가 어렵다면, 동전을 전혀 굴리지 않고 그냥 옆면이 미끄러지게만 하면서 한 바퀴 돌려보세요. 연필을 잡고 옆면이 항상 같은 방향을 보게 하면서 캔 주위를 한 바퀴 돌리는 것과 같습니다. 출발점으로 돌아왔을 때, 동전은 어느새 한 바퀴를 돌아 처음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겁니다. 이 움직임이 바로 공전으로 인한 한 바퀴입니다.
이 현상은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동시에 하는 구조와도 유사합니다.
지구는 1년 동안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면서,
자신은 365.25회 자전합니다.
결론: 자전 + 공전 = 두 바퀴
결국, 우리가 관찰하는 동전의 총회전수는 이 두 가지 움직임의 합입니다.
총회전수 = 자전(1바퀴) + 공전(1바퀴) = 2바퀴
즉, 굴러가면서 스스로 한 바퀴를 돌고(자전), 그와 동시에 다른 동전 주위를 돌면서 위치가 변해 저절로 한 바퀴가 추가된(공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동전 B가 굴러가는 거리는 동전 A의 원주 만큼입니다. 따라서 동전 A를 펴서 직선으로 만들면 동전 B는 딱 한바퀴만 회전 할 것이나, 동전 A가 원이니까 동전 B가 A를 따라 한번 더 도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죠!(결론적으로는 한바퀴 더 도는것이나, 매 순간 이 '공전하는 양'만큼이 동전 B의 회전에 추가되기 때문에, 실제 회전하는 모습은 더 신기한 상황이죠!)
그리고 SAT문제도 따라서 3바퀴가 아닌, 4바퀴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이해가 쉬우시겠죠?
4. 수학으로 증명하기: 왜 '플러스 1'이 생길까?
직관적인 설명을 넘어, 수학을 통해 이 현상을 명확히 증명해 보겠습니다. 두 가지 접근법이 있습니다.
접근법 1: 자전 + 공전 모델
3번에서 설명한 개념을 수식으로 옮겨보겠습니다.
1] 반지름이 같은 경우
원주 길이 계산:
동전 A의 반지름: $ r $
따라서 원주: $ 2 \pi r $
동전 B는 동전 A의 원주를 따라 굴러가야 하므로, 굴러간 거리도 $ 2 \pi r $ 입니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점은, 이 굴러간 거리만큼 접선 방향으로 회전하게 되는 것 외에, 곡선을 따라가면서 생기는 추가 회전 효과도 있다는 점입니다.
진짜 회전 각도는?
동전 B가 굴러간 선형 거리는
$ 2 \pi r $
동전 B 하나의 자체 원주 길이도
$ 2 \pi r $
그렇다면 미끄러짐 없이 굴렀을 경우, 동전 B는 총 몇 바퀴 돌았을까요?
$ \frac{굴러간 거리}{자기 원주} = \frac{2 \pi r}{2 \pi r} = 1바퀴 $
이게 끝이 아닙니다.
동전 B는 곡선을 따라 회전하면서 자기 자신의 위치도 회전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1바퀴 더 회전하게 됩니다.
총 회전 각도:
총 회전 = 1(접선 방향 굴림(자전량))+1(곡선 회전(공전량)) = 2바퀴 = 720°
2] 반지름이 다른 경우
동전 B가 동전 A보다 더 작거나 클 경우에도, 유사한 계산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동전 A의 반지름이 $ r_a $, 동전 B의 반지름이 $ r_b $라면,
굴러간 거리: $ 2 \pi r_a $ (고정된 동전의 원주)
자기 원주: $ 2 \pi r_b $ (굴러가는 동전의 원주)
회전 수 $ \frac{2\pi r_a}{2\pi r_b} +1 = \frac{r_a}{r_b} +1 $
즉, 동전 B는 $ \frac{r_a}{r_b}(자전량) +1(공전량) $ 바퀴 회전합니다.
접근법 2: '중심의 이동 경로'로 한 번에 증명하기 (가장 확실한 방법)
여기까지 따라오셨어도 "움직이는 동전 B는 결국 $ 2 \pi r_b $ 만큼 움직이는데! 이러면 한바퀴지!"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전 B의 중심'이 이동하는 거리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결국 동전 B의 중심이 이동하는 거리를 동전 B의 원주로 나눈 것이 엄밀한 의미에서의 '동전 B의 회전수'일테니까요!
동전 B의 중심이 이동한 거리는 동전 A의 중심에서 동전 B의 중심까지가 반지름인 원의 둘레의 길이와 같습니다.
즉, 동전 A의 반지름을 $ r_a $, 동전 B의 반지름을 $ r_b $라고한다면
- 고정된 동전 A의 중심에서 굴러가는 동전 B의 중심까지의 거리는 항상 $ r_a+r_b $ 입니다.
- 동전 B의 중심은 이 거리( )를 반지름으로 하는 거대한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돕니다.
- 따라서 동전 B의 중심이 움직인 총거리는 이 거대한 원의 둘레인 $ 2 \pi (r_a+r_b) $ 입니다.
동전 B의 총회전수는 '중심이 이동한 거리'를 '자기 자신의 둘레'로 나눈 값이므로,
$ \frac{2 \pi (r_a+r_b)}{2 \pi r_b} $
이걸 다시 계산하면
$ \frac{r_a}{r_b} +1 $
이 되고, 이것은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고찰해왔던 결과와 일치합니다.
이처럼, '중심의 경로'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계산하니 '공전'에 해당하는 +1이 수식에서 저절로 나타납니다. 이로써 논쟁은 완벽하게 마무리됩니다.
5. 결론 – 회전의 패러독스
Coin Paradox는 단순한 거리 계산이 아니라, 곡선 경로에서의 회전 중심 변화까지 고려해야 이해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는 물리학, 미분기하학, 동역학 시스템 등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며, 직관과 실제 결과가 충돌할 때 수학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간단한 역설은 우리에게 고정관념을 깨고, 현상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단순한 머리싸움 퀴즈를 넘어, 물리학의 자전과 공전, 기준 좌표계의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예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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