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수를 무한히 더한(1+2+3+4+…) 값은 사실 -1/12이었다!?
0. 서론: 상식을 파괴하는 등식
네? 이게 뭔소리나고요? 뭔 공교육 박살나는 소리냐고요??
아마 지금 모니터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일단 저를 믿고 따라와 보세요. 오늘은 서론 없이, 상식을 파괴하는 여정을 곧바로 시작하겠습니다.
1. 증명
1)
일단 무한 급수 하나를 가정하죠.
\begin{align}
S_1 = & \ 1-1+1-1+1- \cdots
\end{align}
이렇게 무한히 나열되는 무한 급수가 있습니다.
일단 양변에 1을 빼보겠습니다.
\begin{align}
-1 + S_1 = & -1 + (1-1+1-1+1- \cdots)
\end{align}
그리고 양변에 똑같이 -를 붙여주겠습니다(부호변경)
\begin{align}
1 - S_1 = & \ 1 - (1-1+1-1+1- \cdots)
\end{align}
오른쪽 괄호를 풀어주면
\begin{align}
1 - S_1 = & \ 1 - 1+1-1+1-1+ \cdots
\end{align}
어? 우항이 그냥 $ S_1 $ 자기 자신이네요?
다시 쓰면
\begin{align}
1 - S_1 =& \ S_1 \\
2S_1 =& \ 1 \\
S_1 =& \ \frac{1}{2} \\
\end{align}
따라서 $ S_1 $의 값은 $ \frac{1}{2} $입니다.
2)
이번에는 또 재밌는 무한급수를 한번 만들어 볼까요?
아까는 1번($S_1$)을 썼으니까 이번에는 2번을 붙여줘보죠.
\begin{align}
S_2 = & \ 1 - 2+3-4+5-6+ \cdots
\end{align}
이런 무한급수가 있습니다.
그냥 심심하니까 이 무한급수를 한번 자기 자신으로 더해볼까요?
아 물론 그냥 더하면 재미 없으니까, 하나씩 항을 밀어서 더해볼께요!
\begin{align}
S_2 = & \ 1 - 2+3-4+5-6+ \cdots \\
\underline{\ + \ S_2 =} & \underline{\qquad 1 - 2+3-4+5- \cdots} \\
2S_2 = & \ 1 -1+1-1+1-1+ \cdots
\end{align}
오, 우항이 바로 $ S_1 $이군요!
정리하면,
\begin{align}
2S_2 = & \ S_1 = \frac{1}{2} \\
\implies S_2 = & \ \frac{1}{4}
\end{align}
$ S_2 $의 값은 $ \frac{1}{4} $입니다.
[항을 하나 밀면 뒤에 항이 하나 남지 않냐고 날카롭게 질문한 당신! 박수! 그러나 무한의 세계에선 끝에 남는 항이 없답니다~
무한이 더 궁금하시다면 "어서오세요! 힐베르트 호텔에! ~무한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 포스팅을 읽어보시면 재밌으실 것 같습니다!]
3)
자 이제,
\begin{align}
S = & \ 1 + 2+3+4+5+6+ \cdots
\end{align}
자연수의 합, 자연수의 무한급수를 보겠습니다.
그냥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니까, 아까 $ S_2 $를 빼 볼까요?
\begin{align}
S \ \ = & \ 1 + 2+3+4+5+6+ \cdots \\
\underline{-\ S_2 = } & \underline{ \ 1 -2+3-4+5-6+ \cdots} \\
S - S_2 = & \ 0 + 4 + 0 + 8 + 0 + 12 + \cdots
\end{align}
두 급수를 빼주는거니까, 부호가 같은 애들은 0이되고, 다른 애들은 더해서 두배가 되는 거죠!
이 수열을 다시 정리하면,
\begin{align}
S - S_2 = & \ 0 + 4 + 0 + 8 + 0 + 12 + \cdots \\
= & \ 4 + 8 + 12 + \cdots \\
= & \ 4(1 + 2 + 3 + \cdots) \\
\end{align}
오 우항에서 다시 $ S $가 등장했군요!
\begin{align}
S - S_2 = & \ 4S \\
3S = & -S_2 \\
3S = & -\frac{1}{4}\\
S = & -\frac{1}{12}\\
\end{align}
오, 다시 정리하면
\begin{align}
1+2+3+4+5+6+\cdots = & -\frac{1}{12} \qquad \blacksquare
\end{align}
헐... 이게 증명이 되어버리네요!?!?
그럼 진짜 그동안 공교육에서 잘못 가르치고 있던거란 말입니까!?!?
2. 비밀: 왜 이 증명은 '꼼수'일까?
방금 본 증명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수학적으로는 허점이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발산하는 무한급수'를 수렴하는 급수처럼 마음대로 다루었다는 점입니다.
무한급수가 특정 값으로 수렴하지 않을 때는 항의 순서를 바꾸거나(항 밀기), 괄호를 치거나, 다른 급수와 더하고 빼는 연산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별개로 아까 무한이라서 항밀기는 되어요~ 라고 한건, 수렴하는 급수에 대해서는 성립한답니다! 실로 재밌는 무한의 세계]
즉, 위의 증명은 엄밀한 수학이라기보다는 "만약 저 발산하는 급수에 어떤 값을 억지로 부여한다면, 그 값은 -1/12가 되어야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을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발견적(heuristic) 방법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제목에도 적어놨지만 이건 '꼼수'지 '궤변'이 아닙니다.
네? 지금 스스로 '그러나 트릭장난이었다~'라고 시인한거 아니냐구요? 트릭 장난은 맞는데요... 근데 답은 맞아요...
일종의 게임 '버그'를 활용한 '치트플레이'에 가까운 부분이죠.("어찌됐든 최종보스(=정답)를 만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아니! 자연수를 다 더한 급수는 '무한대!!!!'지!!!! 어떻게 $ -\frac{1}{12} $가 맞다고 우길 수 있는거냐!!!"
라고 하신다면... 약간 보는 관점이 다르달까... 여기서 나오는게 바로 [양자역학]이거든요...
그럼 일단 한발 양보하셔서
'그래 1+2+3+...이 $ -\frac{1}{12} $일 수도 있다고 가정하면, 너가 스스로 치트플레이를 시인했는데 어떻게 엄밀하게 알려줄 수 있는데?'
부터 시작해볼까요?
3. 진짜 수학의 등장: 리만 제타 함수와 해석적 연속(Analytic Continuation)
그렇다면 왜 수학자들은 이 결과를 '맞다'고 이야기할까요? 그 답은 리만 제타 함수($ \zeta(s) $)에 있습니다.
리만 제타 함수는 아래와 같이 정의됩니다.
\begin{align}
\zeta(s) = & \ \sum \limits _{n=1}^{\infty} \frac{1}{n^s} = \frac{1}{1^s} + \frac{1}{2^s} + \frac{1}{3^s} + \cdots
\end{align}
여기서 $ s $는 복소수까지 들어갈 수 있구요, 일반적으로 복소수의 실수부가 1보다 큰 값에 대해서만 수렴합니다.( $ \mathfrak{R}(s) > 1 $ )
고등 수학까지 공부하셨던 분들이면 $ \frac{1}{n} $ 급수는 수렴하지 않고, $ \frac{1}{n^2} $은 수렴하던 걸 기억하실겁니다.
참고로 $ \zeta(2) = \frac{\pi^2}{6} $이죠.
그리고 우리가 찾는 $ 1+2+3+ \cdots $는 이 함수에 $s = −1$을 넣은 값, 즉 $ \zeta(-1) $과 형태가 같습니다.
하지만 $s = −1$은 함수가 정의된 영역( $ \mathfrak{R}(s) > 1 $ ) 밖에 있습니다. 여기서 수학자들은 '해석적 연속(Analytic Continuation)'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사용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특정 구간에서만 그려진 함수 그래프가 있을 때, 이 그래프의 곡률이나 패턴을 유지하면서 정의되지 않은 영역까지 그래프를 자연스럽게 연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치 함수의 '거울'을 만들어 반대편을 비춰보는 것과 비슷하죠.
정확히는 리만의 함수 방정식이라는 도구를 사용합니다만, 궁금하신 분은 더보기 클릭!
해석적 연속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제타 함수의 경우 '리만의 함수 방정식(Riemann Functional Equation)'을 사용합니다. 이 방정식은 $\zeta(s)$와 $\zeta(1-s)$의 관계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거울'과 같습니다.
리만의 함수 방정식
\begin{align}
\zeta(s) =& \ 2^s \pi^{s-1} \sin\left(\frac{\pi s}{2}\right) \Gamma(1-s) \zeta(1-s)
\end{align}
따라서 $ \zeta(2) $를 이용하여 $ \zeta(-1) $ 구하기도 가능합니다.
\begin{align}
\zeta(-1) =&\ 2^{-1} \pi^{-1-1} \sin\left(\frac{-\pi}{2}\right) \Gamma(1-(-1)) \zeta(1-(-1))\\
\zeta(-1) =&\ \frac{1}{2} \pi^{-2} \sin\left(-\frac{\pi}{2}\right) \Gamma(2) \zeta(2)\\
\zeta(-1) =&\ \frac{1}{2} \cdot \frac{1}{\pi^2} \cdot (-1) \cdot 1 \cdot \frac{\pi^2}{6} \quad \leftarrow \sin(-\frac{\pi}{2}) = -1, \ \ \Gamma(2) = 1! = 1, \ \ \zeta(2) = \frac{\pi^2}{6}\\
\zeta(-1) =&\ -\frac{1}{12}
\end{align}
이 '해석적 연속'이라는 방법으로 리만 제타 함수를 $s = −1$이 포함된 영역까지 확장하면, 놀랍게도 그 지점의 함수 값이 정확히 $ -\frac{1}{12}$가 됩니다.
\begin{align}
\zeta(-1) = & -\frac{1}{12}
\end{align}
즉, 꼼수 증명으로 얻은 값이 더 고차원적인 수학 체계 안에서 올바르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4. 현실 세계와의 연결고리: 카시미르 효과(Casimir effect)
"그래 봤자 수학자들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묘한 합은 놀랍게도 현실 세계에서 그 증거를 드러냅니다.(아까 말했던 그 '양자역학' 이야기 입니다)
바로 카시미르 효과(Casimir effect)라는 건데요.
완벽한 진공 상태에 아주 매끄러운 금속판 두 개를 아주 가깝게 붙여 놓으면, 아주 신기하게도 이 두 금속판이 서로를 잡아당깁니다...!
진공속에서! 아무것도 없는데! 왜!?!?
과학자들 대혼란. 이었죠.
일상적으로 '진공'이라하면 '아무것도 없는 거', '텅 빈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양자역학에 따르면 진공은 수많은 가상 입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에너지의 바다입니다. 이 에너지는 온갖 종류의 파동(전자기파)으로 들끓고 있죠.
여기서 바로 파동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 금속판 바깥: 공간이 무한하므로 모든 종류의 파동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 금속판 사이: 공간이 매우 좁기 때문에, 기타 줄이 특정 음만 내는 것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파동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즉, 존재 가능한 파동의 종류가 바깥보다 적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바깥의 파동 에너지가 더 크고 안쪽의 에너지가 더 작기 때문에, 바깥에서 안쪽으로 미는 아주 미세한 힘(압력)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에따라 두 금속판은 저절로 서로에게 끌어당겨집니다!
이제 원인은 밝혀졌습니다. 그 힘을 계산하고 측정하는 것만 남았죠!
계산: 이 힘은 (바깥의 모든 파동 에너지 합) - (안쪽의 모든 파동 에너지 합)으로 계산됩니다. 그런데 이 '모든 파동 에너지의 합'이라는 것이 바로 무한급수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무한대의 계산을 '조절(regularization)'하는 과정에서 물리학자들은 경악스러운 수식과 마주칩니다. 바로 그 힘의 크기가 1 + 2 + 3 + 4 + ... 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물리학자들이 만약 "에이, 이건 그냥 무한대잖아. 계산 못 해!"라고 포기했다면 아무 결과도 얻지 못했을 겁니다. 대신 그들은 수학자들이 알려준 '대표값'인 -1/12을 그 자리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계산을 마쳤더니, 두 금속판을 미는 힘의 크기가 정확하게 예측되었습니다.
측정: 1997년, 과학자들은 정밀한 실험을 통해 이 힘을 실제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고, 그 값은 -1/12을 넣어 계산한 이론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이는 마치 허수(i)가 처음엔 상상 속의 수였지만, 지금은 전기공학 등 현실의 문제를 푸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된 것과 같습니다.
5. 또 다른 천재의 길: 라마누잔 합
사실 이 결과는 리만보다 앞서, 인도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이 독자적으로 발견했습니다.
그는 서양 수학계와 교류가 거의 없던 상태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오일러-매클로린 급수 활용)으로 발산급수에 값을 할당하는 '라마누잔 합'을 고안했고 자연수의 무한 급수=−1/12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후 리만 제타 함수가 더 포괄적이고 엄밀한 수학적 토대를 제공했지만, 이 놀라운 통찰력 덕분에 이 결과는 종종 '라마누잔 합'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6. 결론
\begin{align}
1+2+3+4+5+6+\cdots = & -\frac{1}{12}
\end{align}
이 식은 '사과를 세는' 덧셈의 세계에서는 거짓이지만, '양자 세계의 파동 에너지를 재는' 확장된 수학의 세계에서는 참입니다. 그리고 그 참은 실제 물리 현상으로 증명됩니다.
위에서도 얼핏 언급되었지만, '허수'는 곱해서 -1이 되는 수입니다. 이 '허수'또한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가 없죠.
사과 i개, 이런게 성립하나요?
그러나 일단 받아들이는 순간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해집니다. 수학적인 부분(관련 포스팅: 사원수(Quaternion)란? ~허수에서 출발하는 차원확장~)에서 뿐만 아니라, 현재 전기-교류, 더 넘어서 스마트폰의 전파를 설명하는데 아주 필수적이죠.
끝까지 오시면서도, 위의 허수 예시를 들으시면서도 와닿지 않을 걸 압니다. 애초에 거의 새로운 개념인 허수와는 다르게 우리가 거의 '산수'의 시작과 함께 한 '자연수'와 '덧셈'에서 파생되는 아주 충격적인 결과니까요.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주 작은 양자 세계로 가면, 세상은 사과 같은 알갱이가 아니라 끝없이 출렁이는 '파동'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기서의 질문은 '몇 개냐?'가 아니라 '이 무한한 출렁임 전체가 가지는 대표적인 힘(에너지)이 얼마냐?'는 거죠.
이 질문에 답하려면 사과를 세던 자(ruler)가 아니라, 파동 에너지를 재는 특수한 측정 장비가 필요하겠죠?
바로 그 장비의 이름이 '제타 함수'인 거구요.
그리고 이 특수 장비로 1+2+3...처럼 무한히 뻗어나가는 에너지의 총량을 측정했더니, 그 계기판에 $-\frac{1}{12}이라는 값이 딱 찍힌 겁니다.
어떻게 조금은 와 닿으셨나요? 안 와 닿으셨나요?
괜찮습니다. 뭐 양자역학이란게 그런거니까요
정말,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는 기묘한 세상에서 고생하셨습니다.
아, 재밌는거 하나 알려드릴까요?
$ \zeta(0) $도 값이 있는 걸 알고계셨나요?
그냥 풀어쓰면 $ 1 + 1 + 1 + \cdots $라서 무한대로 발산이지만, 과연 제타함수에서는 어떻게 값이 나올까요!?
참고로 위에서 '더보기'를 누르셨던 용감하신 분도 이 해석적 확장 만으로는 구하실 수 없을 겁니다.(애초에 $ \zeta(1) $은 절대로 정의되지 않거든요)
직접 구해보시는 것도 즐거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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